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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반전에 대한 <곡성> 리뷰

by 다쫑 2024. 7. 12.

여름이면 납량특집 예능 프로그램이나 공포, 호러물 영화 개봉 시즌이다. 그중 특히 영화관에서 제일 공포심이 들었던 영화 <곡성>에 대해 리뷰하고자 한다. 2016년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딱 한국인들이 무서워할 소재 민속신앙, 초자연적 요소, 무당 등의 소재를 정교하게 엮어내 긴장과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나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오고, 깜짝 놀라게 하는 등의 연출을 통한 공포심 유발이 아니라 무당과 귀신 등을 통해 선과 악을 탐구하며,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지 진정한 본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공포를 극대화 시킨 영화다.

 

미스터리의 전개

영화 속 이야기는 어리숙하지만 선량한 경찰관 종구가 곡성 마을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살인 사건과 설명할 수 없는 질병들을 조사하면서 시작된다. 피해자들은 마치 산짐승에게 당한 듯한 폭력적이고 끔찍한 상처와 혼잣말이라던가 정신나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이에 귀신이 살을 날렸다는 둥, 근처로 이사온 일본인 때문에 이 일이 시작됐다는 등, 그가 악마라는 등 무성한 소문들과 미신들은 근처 숲에 살고 있는 수상한 일본인 남자의 존재로 인해 증폭된다. 마을 사람들은 수상한 그를 사건의 배후로 의심한다.

종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미신은 믿지 않으며, 심드렁 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런 태도를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 생긴다. 바로 그의 딸 효진이 비슷한 증상으로 병에 걸리면서다. 꿈에서 이상한 아재가 집에 찾아온다며 자다가 울고 깨고, 나중엔 이상하고 기괴한 그림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마치 다른 사람이 빙의한 듯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딸을 보며 그는 절박한 마음에 일광이라는 무당을 찾아가게 된다. 무당은 귀신이 씌였다며 일련의 의식을 행하지만, 이는 효진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종구는 무당만이 돌파구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온 마을을 괴롭히는 악의 본질에 대해 더욱 의심하게 된다.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종구는 일본인 낯선 남자에 대해 경고하는 수수께끼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무언가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하는걸까 하는 마음과 마을 사람들의 커져가는 미신과 소문 사이에서 갈등하는 종구는 점점 편집증에 빠지게 된다. 그는 아예 이사온 일본인을 대면하려 시도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깽판을 치고 가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그가 더 이 상황을 악화시키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영화는 종구가 이 모든 원흉의 범인은 일본인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면서 절정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꼭 일본인 남자만이 범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반전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며, 누가 진정한 악인인지 의문을 남긴다. 무당, 낯선 남자, 그리고 여인은 서로 상충되는 진실을 제시하며, 관객도 함께 종구가 되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선악의 존재는 무엇인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등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고 충격적인 결말을 이끌어낸다.

복잡하고 모호한 등장인물들

<곡성>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복잡함과 모호함을 서사에 더하며 선과 악의 탐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종구: 주인공인 종구는 특별한 상황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을 대표한다. 그의 경찰 직업 특성 상 사실을 기반으로 최대한 사건을 인지하려고 하지만, 본인 딸이 직접 이상한 일에 휘말리고 변한 자식을 보며 절박함에 무속신앙에 의지하게 되고, 관객이 진실과 속임수를 구분하려는 고투를 반영한다. 종구의 딸에 대한 사랑이 그의 행동을 이끌지만, 그의 판단은 점점 흐려져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 일본인 낯선 남자: 준 쿠니무라가 연기한 이 수수께끼의 외지인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 마을에서 그의 존재는 의심과 외국인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마지막까지 모호하게 남는다. 영화는 역사적 고정관념을 교묘히 활용하여 관객이 자신의 편견을 돌아보게 만든다.
  • 일광 (무당): 황정민이 연기한 일광은 처음엔 이 사건을 모두 해결시켜줄 구세주 같은 캐릭터로 여겨지지만, 어딘가 수상한 그의 행동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공포를 심화시키고 사건의 복잡성을 더한다. 일광의 동기는 불분명하며, 분명한 원인없이 그저 선택되어 재수없어짐에 대한 불안감을 더 조상한다.
  • 여자 (하양옷 여자): 천우희가 연기한 이 수수께끼의 인물은 경고와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와 신비로운 존재는 영화의 초자연적 분위기를 더하며, 종구와 관객 모두에게 그녀의 진정한 의도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 효진: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효진은 악령에 사로잡히며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이끈다. 특히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가 끝나고도 회자될 정도로 강렬했으며, 오히려 어리고 순수한 영혼이기 때문에 그만큼 악에 휘둘리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의미도 던져준다. 

감독 나홍진의 탁월한 심리전

<곡성>에서 나홍진 감독의 연출은 긴장감과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탁월한 감독이다. 그의 세밀한 디테일과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는 능력은 특히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의 배경인 시골은 밀집한 숲과 안개 낀 풍경으로 고립감과 취약성을 조성하며 공포 요소를 강화한다.

감독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상징(ex.귀신 쫓을 때 소금과 팥 뿌리기 등)과 한국 특유의 민간신앙의 결합은 더 공포감을 조성한다. 한국의 민속과 무속 전통을 많이 활용하여 초자연적 요소를 풍부한 문화적 맥락에 뿌리내리고, 게다가 하필이면 이사온 미스테리한 사람이 일본인이라는데 역사적 뿌리까지 함께 요소를 덧붙였다. 이는 현실감을 높이는 동시에 선과 악에 대해 어느정도 편견?과 보편적인 기준을 선사하고 (보통은 한국인보다 일본인을 더 나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보통 해결사 역할을 많이 해주는 무당의 말을 들을 것이냐, 갑자기 튀어나와선 맞는 말만 계속 하는 낯선 여자의 말을 들을 것이냐 등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질문을 남기는 결정을 통해 영화의 심리적 불안감을 지속한다. 그러나 이 모든 등장 인물들이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은 더 혼란함과 공파심에 빠진다.

최종 리뷰: 선과 악은 때론 선택의 의지를 벗어날 때가 있다

이 영화로 이해 지역멱 '곡성' 자체가 무섭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여, 이 영화로 인해 지역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말도 있었다. 그 정도로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공포를 아주 잘 유발하였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인공 집안에서 일어난 비극이 특정한 원한이나 못된 짓을 해서 일어난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운이 나빴고 재수가 없었기 때문에, 하필이면 악에 의해 선택받았고 주인공이 내린 선택이 결국 잘못된 선택이었기에 이런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 공포심을 자아내고 오래 남는 인상을 남겼다.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한 어둡고 축축한 연출, 그리고 음산한 음악은 몰입감 있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 큰 한 ㅁ곳을 했고, <곡성>은 관객에게 내가 저 상황이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나는 누구를 의심했을까? 하고 자신의 인식과 신념을 질문하게 만든다. 아울러 더 크게 나아가선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지고 진실을 찾기 어려운 세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복잡성은 <곡성>을 공포 장르에서 돋보이게 만들며 귀신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얼마나 영화가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